미래를 향해 노스탤지어를 느낄 수 있을까? 그것이 설사 디스토피아 일지라도 말이다. 『화성 연대기』를 읽어가는 것은 미래를 찾아가는 것이고 과학이 골렘으로 변한 날들과 대면하게 되는 과정이다. 미래가 암암한 과거의 기억처럼 오다 어느 순간에 아긋한 조각들이 맞춰지고 진심으로 나는 화성인이 되는 것이다. “They knew how to live with nature and get along with nature. They didn’t try…
그런 날들이 있어요. 궁뎅이가 촐싹이며 마음까지 에부수수할 때 몸을 가볍게 하고 한적한 곳을 싸돌아 댕겨야, 겨우 책상머리에 앉아 할 일들을 주섬주섬 챙길 수 있죠. 간간이 학교에 갈 때나 일터에 가면서 헌책방을 지나치곤 했지만 ‘오늘은 헌책방에 가야지’라고 미리 다짐을 해두면서는 통 움직이지 않았거든요. 며칠 전부터 헌책방에 가야지하고 곱살지는데, “부깽 돈 없다며?” 라고 그루박아 말하더군요. 네 없어요.…
성과 텍스트의 정치학 읽기 페미니즘 비평을 큰 틀 안에서 보자면 가부장적인 윤리적/인식론적 가설 토대를 드러내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소위 ‘객관적 권위’에 대해 의문을 표출하는 방식으로 그 ‘객관성’과 ‘권위’가 어떤 전제 위에서 작동해 왔는지를 다시 묻는 것이다. 이러한 의문을 제시하는 방식은 페미니스트마다 서로 다른 방법론으로 발전해 왔다. 『성과 텍스트의 정치학』에서 토릴 모이는 유물론적 페미니즘 전통…
하늘은 흐리멍텅 춥기는 오질라게 춥고 오랜만에 교보를 향해 활보할까 종각지하도를 나서는데 바람이 휙 하고 으스스 속삭이더라. 따뜻한 지하도와 연결되는 영풍으로 가라고. 나는 왜 다른 사람들보다 추위를 더 탈까 아무리 고민해 봤자, 결론은 쿨맥스 액티브 내복밖에 떠오르는 게 없고, 그렇다고 여름에 더위를 안 타는 것도 아니고, 날씨는 사시사철 징글맞게 나와는 멀어져만 간다. 나이 탓을 해보고 싶지만…
적군/PFLP: 세계전쟁선언 Red army/PFLP: Declaration of World War 赤軍-PFLP 世界戦争宣言 아다치 마사오 足立正生 와카마츠 코지 若松孝二 1971 | 16mm | 71min | 일본 영화와 혁명 특별전을 통해 ‘적군/PFLP – 세계전쟁선언’을 봤다. 영화라기보다는 프로파간다였지만 간혹 문자로만 접하던 적군파의 활동을 영상으로 본다는 것은 퍽 흥미진진한 일이다. 게다가 국보법이 서슬 퍼렇게 살아있는…
요전에 헌책방 앞에서 잠시 앉았는데, 지나는 이가 헌책방은 한 번도 안 가봤다며 옆 사람에게 중고는 너무 더럽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우선 들어가 보라고 권하고 싶었지만 팔자에 헌책방이 없는 걸 권한다고 될 일일까 싶어 말았다. 중요한 건 헌책방의 책들 대개는 더럽지 않다는 것이다. ‘더럽다’는 것은 손때 묻으며 자연스럽게 책이 낡은 것과는 차이가 있다. 곱게 나이를 먹은…
새로 나온 책들이 꽤 된다. 근래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간 놓치고 간 것 중, 사고 싶은 게 몇 권 있다. 학교에 나가면서부터 한동안 멀찍했던 인문학 부문이 눈에 밟히고 ‘쫙’하는 소리에 베이고 싶다. 『짐멜의 모더니티 읽기』 게오르그 짐멜 (김덕영, 윤미애 옮김) / 새물결 「Die Zeit, Der Morgen」등의 잡지에 발표한 글과 「사회학, 사회화 형식들 연구」에 수록된 글을…
메두사 되기 대개의 신화 기술과는 달리 ‘고르고’는 추악하고 무서운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메두사는 고르고 세 자매 중 막내의 이름이다. 고르고들은 여신들과 마찬가지로 불멸하고 나이를 먹지 않는다. 그러나 유독 메두사만은 죽을 운명이었다. 불멸의 종족에서 왜 하필 메두사만이 죽을 운명이었을까? 왜 신화 기술자들은 메두사를 죽이고자 했을까? ‘메두사’라는 어원을 찾아보면 ‘여성 지배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오랫동안 글쓰기는(신화를 기술하는…
헌책방에서 만나는 ‘우연’이 차츰 쌓이면, 언제고 찾던 책이 눈앞에 있을 때의 떨림과 전혀 듣도 보도 못한 책이 주는 설렘으로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소리를 듣게 된다. ‘흥분된다’로 끝내기엔 결코 담아내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오랜 시간 퇴적된 책 냄새, 그 빛바랜 종이에 눌린 시간이 한꺼번에 나를 들이친다. 그러면 몸이 훈훈해지는 게 어째 찬찬히 책을 살필 기운이 난다. 어느…
어슐러 K. 르 귄의 「The Birthday of the World and Other Stories」세상의 생일과 다른 이야기들-을 선물 받았습니다. : ) 헤인 시리즈의 결정판입니다!!!? ;;; Coming of Age in Karhide The Matter of Seggri Unchosen Love Mountain Ways Solitude Old Music and the Slaves Women The Birthday of the World Paradises Lost 수록 된 단편 중 ‘세상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