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을 벗고 잠을 청하다 휴대폰 소리에 눈이 뜬다. 손이 가기가 멀어 벨 소리를 듣다 나는 지치는데 대체 누구인지 끈질기다. 천장을 멍하니 보는데, 하얀 벽에 우련 한 손자국들이 듬성듬성 있다. 내 방 천장은 반은 하얀색 페인트로 칠했고 반은 실크 벽지이다. 그 무거운 벽지를 천장에 바를 때 고사리 같은 손들이 엉겨 붙었다. 풀 묻은 손자국이 남아서 ‘이거…
“우리는 우리가 가진 가장 고귀한 자산을 던져버렸다. 국기와 국가가 잘 못 가고 있다고 생각할 때, 개인이 거기에 반대할 권리 말이다. …….. 그리고 그와 함께 애국심이라는 기괴하고 웃기는 낱말에서 정말로 존중할 만한 모든 것도 버렸다.” 마크 트웨인의 전쟁을 위한 기도에 대한 몇 마디와 “3월20일 반전행동에 손잡고 가요”라고 말하려던 참이었는데 괜스레 말을 늘리다 밥이 탔다. 내 밥..…
점점 요상한 기능만 하나씩 늘어가고 있습니다. 오른쪽 위에 9px | 10px | 11px 가 보이시죠? 바디부분의 폰트를 조절해 줍니다. 다른 곳은 그닥 불편할 것 같지 않아서 그대로 뒀고, 내용부분만 폰트 적용이 되게끔 했습니다. thegirliematters의 소스를 그대로 베꼈는데, 자바스크립트도 css와 마찬가지로 링크를 통해 불러 오고 있더군요. 전체적으로 소스가 말끔해 질 수 있겠지만, css도 헤매고 있는지라 천천히…
커피포트를 밖으로 내놨다. 방안에 커피 향이 잔잔한 게 며칠은 좋더니 놈팽내와 합쳐져 궁상스럽다. 그보다도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시는 듯해서 줄여볼까 하는 심산으로 손이 덜 가는 곳으로 치웠다. 올 들어 비운 커피만 어제로 1200그램을 넘겼다. 약탕기도 아니고 계속 지글지글 끓는 포트도 고생스러웠을 게다. 내 속이 아픈 줄 모르다가 ‘아니 내가 입맛이 안돌다니’란 생각을 짚다보니 아무래도 원인이…
보일러 사태(사태? 암 사태지)로 영 개운치도 않고, 만원 전철에서 사람들에 치여 짜증이 갑절이 되는데, 순간 저어기서부터 우러나오는 노래, ‘날아라 날아라 썬더보드호 비추어라 비추어라 천년여왕아~♬’ 집에 들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검색을 한다. 역시! 그 세세한 것들을 기억하고 기록하고 무한한 향수를 돌보는 이들이 있다. 소리바다에서 김국환 아저씨가 부른 천년여왕과 은하철도999를 다운 받는다. 하록 선장은 검색이 되질 않고 있어.…
‘토요일이네‘라고 짧게 뱉는 말이 한 주의 긴장감을 일순 풀어버리는 탄성과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난 주 토요일, 좀 더 편히(여기서 얼마나 더 편해질 수 있을까 만은)쉬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무럭무럭 피어오는데, 마음과는 다르게 보일러 공사를 구경 참견 세면 먼지를 들이마시며 얼렁뚱땅 보낸 견적이 43만원 이었다. 주말 비용치고는 꽤, 꽤? 좇나 많이 나갔지만 앞으로 아껴가며 잘…
1. 레비나스에서 비극이 불가능한 이유. 필립 네모가 "어떻게 사유가 시작되는가?" 하고 질문했을 때 레비나스는 "이별이나 폭력적 장면, 갑작스럽게 찾아온 시간의 단조로움에 대한 의식, 이와 같이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상처나 망설임에서 시작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답한다. 이것은 고통, 비극이 바로 사유의 시작임을, 특히 레비나스적 사유의 시작임을 암시해 준다. 레비나스 고통의 철학에서 아마도 가장 흥미로운 점은 변신론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