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Monologue

  • 하이든 세레나데

    밖에 나갈 채비를 하는데 휴대폰이 보이지 않는다. 어디 뒀더라 끙끙거리며 뒤적이다 집 전화로 전화를 걸어본다. 웬 음악이 나오기에 잘못 걸었나 싶어서 끊었다. 다시 번호를 확인해 가면서 전화를 건다. 웬 음악은 여전히 나온다. 생각해보니 지난달엔가 컬러링을 이용하면 싸이월드 도토리를 준다기에 신청했던 서비스다. 한 달은 공짜 라더라. 하이든의 ‘세레나데’를 아느냐고 묻는다면 대개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하겠지만 직접 듣는다면…

  • ‘#$%’하고 외치고 싶다.

    덥고덥고덥고 거기에 몇 가지 일이 짜증을 보탠다. ‘씨발‘하고 외치고 싶다. 한 달쯤 됐나? 책장 옆에 쌀가마니를 두었다. 쌀에서 난 고자리가 책장과 책 틈마다 난리도 아닌 게다. 모든 책을 일일이 커버를 벗겨서 닦고 책장의 벽돌을 한 장 한 장 들어내고 벽돌을 닦고 벽을 닦고 어디든 미세한 틈만 있으면 어김없이 자리를 튼 고자리를 쓸어냈다. 쓸어내다가 정확한 표현이다.…

  • 집에 가기 전에

    이런 꿈을 꾸었다. 풀숲이 우거진 어둑한 산길에서 청솔모가 말을 건다. "여기는 사람의 발자국을 잊은 곳이에요. 이곳에 흔적을 남기면 산을 헤매던 영혼들이 당신의 발자국을 따라 걸을 테죠. 거기에서 그 영혼들이 까마득하게 잊고 있던 세계를 기억해 낼 거예요. 그리고 당신의 등 뒤에서 그 세계를 향해 팔매질하겠죠. 당신은 이쯤에서 돌아가는 게 좋아요. 거꾸로 가야 하는데 밟았던 길을 되짚어…

  • Y.

    덥다. 여름은 지칠줄도 모르는데, 한 소식 있으면 좋겠다. 비(雨) 혹은 Y.

  • 몬스터

    몬스터를 보다. 이불을 뒤짚어 쓰고 통곡하고 싶은 밤이다.

  • 6월이다

    늘 아뜩하던 시간을 돌아보면 시선을 둘 곳이 없다. 나는 살고있다. ‘나는 오래 살 것이다’를 기억한다

  • 미끄러지다

    설프게 비가 내린다. 그치는가 싶더니 다시 부슬거린다. 숨책에 자전거를 묶어둔 것을 집으로 가져와야지 싶었다. 아스팔트를 달리는 것은 허벅지에 어떤 무리도 없다. 외려 바퀴에 딸려 발은 내 의지를 벗어나고, 바람도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게다가 비까지 한몫하니, 속도는 거칠 게 없다. ‘비가 계속 오면 어쩌나’라고 생각 하는 순간 바퀴가 아스팔트를 엇나갔다. 왼쪽 무릎과 양손바닥이 듬성듬성 패였다. 살…

  • 몇 가지 거짓말

    같은 사건들. 만우절이다. “군사쿠데타로 자유민주주의를 복원해야 한다”라는 이대 김용서 교수는 “당신의 제자라서 부끄럽다”는 제자들의 침묵시위로 인해 수업이 끝나고 뒷문으로 줄행랑쳤다. 강의실에 들어갈 때는 다른 제자들에 둘러싸여 취재진을 피했다. 내란을 선동하는 김용서와 해방 이후 최대 거물간첩이라는 송두율 중 누가 더 위험한가? 며칠 전 반성의 기미가 없다며 서울중앙지법(이대경 판사)은 송두율 교수에게 7년 형을 선고했다. 송두율 교수는 정말…

  • 평화교본 Friedensfibel

    톰슨의 My Study가 위안이 될 때가 있다. " 난 내 책상으로 돌아간다. 만약 투쟁하거나 꿈꾸거나 함께 할 수 있다면, 누가 책에 밑줄이나 그으며 이 밤을 지새우려 하겠는가? " 브레히트가 「전쟁교본」의 후속 작품으로 쓰려고 했으나, 단 한 편의 시를 써 놓고 미완이 된 작품이 「평화교본」이다. " 잊지 말아라, 너희보다 못할 것 없는 많은 사람들이 다퉜다는 걸,…

  • 병원

    8시가 아직 한참인데, 휴대폰이 울린다. 낯선 번호인지라 갸우뚱하며 전화를 받는데, 119대원이란다. 응급실로 어머님께서 실려 간다는 소리가 다급하다. 양치를 하면서 해야 할일들을 정리한다. 이런 일에 허둥대지 않는다는 것은 불행이다. 성심병원 응급실에 있다가 전에 수술했던 병원으로 옮긴다. 덕분에 신촌은 자주 들락거리지 싶다. 응급실은 밤새 술 마시다 속이 아파서 온 일행으로 도떼기시장 같다. 그런 소란이라니. 권지예의 ‘행복한 재앙’에나…